회사에 입사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실력을 쌓고 싶어서 참여했던 자바스크립트 스터디. 사람들과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참고했던 사이트가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것을 알게되었고, 자연스레 오픈소스 컨트리뷰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픈소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팀에서 하는 업무에서도 헤매는 중이라서 도전하지 못하던 중에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지원했다.
사실 컨트리뷰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기간과 활동내용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살펴보지 않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그것도 아주 간략함을 넘어서 기본 인적사항만 적어놓은 자기소개서.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만큼, 최대한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진행할 줄 알았다. 그리고 당시 나에게는 당연하게도 컨트리뷰톤 참여 확정 메일을 받았다.
2020년 7월 25일 토요일.
드디어 컨트리뷰톤 발대식이 진행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많은 부분에서 생각을 바꾸고, 마음가짐을 새로 하게된 시간이었다.
분명 '신청하러 가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위의 사진과 같은 내용이 떡하니 홈페이지에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곧바로 가장 아래 위치한 신청 버튼을 눌렀었다. 당연히 6주간 진행된다는 사실과 평가, 시상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대식 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자리였다는 사실과, 내가 이 자리에 이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현직 개발자라는 가산점 하나만 존재했다는 점이 정말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속상했다.
내가 이렇게도 마음이 헤이해졌는지 몰랐다.
발대식에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동안 같이 활동을 하게될 분들의 소개를 듣는 파트가 있었다.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컨트리뷰톤에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 등. 고등학생부터 경력이 꽤 쌓인 현직 개발자, 연구원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 분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느껴지던 열정들은 계속해서 나를 차갑게 만들었다. 나도 나름 취업 준비할 때 필사적이었는데, 입사한지 얼마 되었다고 저 분들이 지금 내뿜고 있는 저 열정을 잃어버렸을까 하는 생각과, 너무나도 가벼운 마음의 무게를 가지고 이 자리에 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이 자리를 준비해오셨구나라고 생각이 들게 만드는 멘토님의 행동과 말씀이 어우러지면서 발대식을 진행하는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예상치 못하게 꽤나 가라앉았다.
평소에도 마음이 가라앉고나서 빠르게 회복했을 때 내가 내뿜을 수 있는 열정의 총량은 늘어나곤 했었다. 어느덧 발대식은 프로젝트 세팅 방법을 설명하는 파트로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마음가짐 자체를 싹 가라엎고 새로운 마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분명 간절함을 담아 자기소개서를 썼을것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분명 누군가는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 들어오고 싶었을 것이라는 명확한 사실을 등에 업고 내 안에서 열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망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동시에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취준생이었다면 수상을 목표로 이 컨트리뷰톤에 참여했겠지만, 이제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기여를 해보려고 한다.
멘토님 뿐만 아니라 다른 멘티들과 활동을 진행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아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쉬는 시간에 마냥 뒹굴거리며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역시 이런 활동만큼 재밌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평생 개발자로 살 듯 하다.
재밌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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